|
반대쪽에서 받은 논평
제가 sonnet님에 대해 이견이 있는 부분이 monsa님이 말씀하신 정치적 현실주의입니다. sonnet님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조건만 보고 가치의 측면은 도외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죠. 예전에 김대중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sonnet님은 김대중 지지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김대중에 반대되는 정책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셨죠. 하지만 그러한 방법이 당장은 현실적으로 합당할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눈치보면서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김대중 지지자들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조심해야 하며 실질적으로 정책의 선택이 제한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보았던 것이죠. 영국의 입헌군주제와 프랑스의 공화제의 사례와 비슷한 것인데, 영국의 입헌군주제는 왕이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과 타협했고, 프랑스의 공화제는 그런 현실을 부정했습니다.sonnet님은 프랑스혁명을 현실을 도외시한 미친 짓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죠. 프랑스대혁명에서 있었던 혼란과 내전과 대외전쟁은 왕과 타협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미친 짓이 없었다면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정치적 평등의 개념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왕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과 모든 나라가 타협했다면 왕의 역린, 즉 일반 시민보다 더 우월한 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나라도 부정할 수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저는 민주주의의 시작이 된 영국의 혁명보다 프랑스의 혁명을 더 좋게 생각합니다. 김대중도, sonnet님이 예로 드신 모택동도 전부 그런 "왕"이라고 봅니다. 현실에서 그들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의 목을 짤라 버리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등소평은 모택동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그 뜻을 교묘히 뒤틀어서 그 당대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습니다. 하지만 모택동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도 중국의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모택동 사상을 외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고 제 2의 문화대혁명을 외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결국 등소평이 한 일이란 것은 모택동이라는 모래토대위에 화려한 집을 지은 것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충격이 오면 중국이라는 집은 무너질 것입니다. 김대중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김대중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김대중의 지역등권론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역등권론의 전제가 되는 모든 지역이 똑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사고는 대한민국에 공산주의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재앙을 부를 것입니다. 비록 특정한 지역이 발전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모든 지역이 똑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투자자본의 회수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할 것인데, 이런 원인을 모두 무시하고 아무 수익도 없는 곳에 다른 지역과 똑같은 발전을 해야 한다며 들입다 투자를 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무 가치도 없는 노동을 하고서 똑같은 대가를 받는 공산주의가 망했듯이 대한민국도 투자가 필요한 곳은 투자가 되지 않고 투자가 필요없는 곳은 투자가 되는 현상이 벌어져서 망할 겁니다. 특정한 영리한 사람이 지역등권을 인정한다 하며 소외지역 사람들을 속여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투자회수가 빠른 경제적인 곳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오래 가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짓을 해야 합니까? 애초에 지역등권을 부정하고 김대중을 부정해 버리면 당당하게 경제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구차하게 화해를 구걸해보았자 얻는것은 단기적 이익일 뿐이지 결코 대한민국의 장기적 이익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대중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모두 틀렸다라고 당당하게 지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소외지역은 지역등권이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에 기초한 다른 방법-타 지방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의 재배분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김대중의 지지자들까지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길인 것입니다. 북핵문제에서 이견이 있는 것도 그러한 가치, 명분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sonnet님은 북한과 미국에 대한 가치판단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현실적 힘의 관계를 지적하고 그로부터 대한민국이 얻어야 하는 이득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주권을 가진 국민입니다. sonnet님은 가치판단으로 벌어지는 지금의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지 간에 정치와 무관한 전문 관료집단이 sonnet님처럼 현실적인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지금 작전통제권 반환문제도 현실적이냐 아니냐가 이슈가 아니지 않습니까? sonnet님의 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십시오. 이런 현실에서 sonnet님이 아무리 현실을 외쳐봐도 그게 현실의 정책에 반영이 안되고 있지 않습니까? sonnet님 역시 대북정책이 실패하면 손해를 보는 이 땅의 국민입니다. 남의 얘기를 하듯이 들어주면 좋고 안들어주면 할 수 없다고 할 처지가 아니지 않습니까. sonnet님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타당하다의 판단을 내리는 것도 좋지만 옳다, 옳지 않다고 규정을 짓고 그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만 그 정책이 현실에서 실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의 질문에서는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지만 제가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sonnet님은 켈리 특사가 우라늄농축핵프로그램을 지적한 것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되는 행동이었고, 타당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현실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지적하셨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질문이죠. 제네바합의를 파기한 책임은 어느 나라에게 있습니까? 미국의 주장이 옳습니까, 북한의 주장이 옳습니까? sonnet님은 그런 질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느나라가 파기했든, 현실적 힘의 관계에 따라서 각 나라에 최대한의 이득이 되도록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 책임을 어느 특정한 나라에 돌리는 것은 협상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네오콘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정부도 현실이며, 386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현실입니다. sonnet님이 오히려 이상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제네바합의를 파기한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 북한의 철저한 양보가 없는 어설픈 합의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제네바합의를 파기한 책임이 주로 미국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미국의 양보를 종용하고 북한을 옹호하였지요. 그리고 햇볕정책주의자들은 미국이 북핵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으로 그런 정책을 지원했습니다. sonnet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이 오히려 한 미 양국의 정책결정자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sonnet님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질문이 한 미 양국의 정책결정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 것입니다. 저는 위 질문에 대한 sonnet님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
![]() by teferi 카테고리
이전 블로그
이글루 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
by Fedaykin at 08/27 보편적인 가치가 더 많이.. by teferi at 08/21 인류 보편의 가치가 인.. by ellouin at 08/21 이 블로그의 글에 동의하.. by ellouin at 08/17 미친소리...ㅉㅉ 수구.. by ㅇㅇ at 07/22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 R.. by 야채 at 06/19 RyuHa/ 잠시 끼어들겠.. by 야채 at 06/19 시위가 미래에 어떤 의미.. by Claudius at 06/15 나이가 몇 살이신데 아직.. by ㅇㅇ at 06/15 좀 우습군요. '그래서 .. by 이성훈 at 06/11 |